(독자투고) 나주성지를 찾은 해외 순례자들과의 3일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독자투고) 나주성지를 찾은 해외 순례자들과의 3일

정미영

코로나로 인하여 꽁꽁 얼어붙었던 해외여행의 빗장이 하나 둘 씩 열리기 시작하자 나주 성지에서도 순례 문의가 전화, 이메일, SNS에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2022년 10월 19일 성모님 피눈물 흘리신 36주년 기념 기도회가 3년만에 열린다는 소식에 해외에서도 큰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2019년 10월 19일 400명이 넘는 해외 순례자들이 행사에 참석한 이래로 3년만이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최소 6개월~1년 정도 전에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그런데 나주 성지 해외 순례자들은 짧은 공고에도 불구하고, 12개국에서 100여 명이 기념행사 참가 신청을 했다.

 

이번 3일간의 기념일 행사에 참가하면서 순례자들은 대부분 최소 5일을 나주에 머물렀고, 행사 후에도 좀 더 머물고자 2주에서 1달간 머물고 있어서, 나주 성지에는 현재도 외국인들이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지난 6월 30일 기념일에 미국에서 한 신부님을 모시고 왔던 엘리사벳은 약 넉달 만에 또다시 미국에 사는 이웃과 함께 다시 나주를 찾았다.

 

이들을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3일간 이들과 나주에 머무르며 함께 즐기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현재 나주 성지에 한 달간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온 야곱은 말하기를 “싱가포르는 수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자살률도 높다. 경쟁이 치열하고 사람들 사이에 진실한 사랑은 고사하고 미소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나주 성지에서는 율리아 자매님의 삶을 통한 5대 영성 즉, 생활의 기도화, 셈치고, 봉헌의 삶, 아멘, 내 탓의 삶을 배우고, 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모여있어 기쁨과 사랑과 평화가 있고 생명력이 넘친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 온 이들은 나주 성지에서 세상살이 속에서 아프고 상처 받고 병들었던 영혼과 육신이 회복되고 치유됨을 경험한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온 로렌스는 “내가 나주 성지를 몰랐다면 나는 하루에도 여러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나의 일은 항공사에서 1등석 손님들을 대접하는 일이었는데, 그들의 교만함과 불평불만, 탐욕스러움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을 죽이고 싶었다. 항상 내 마음 속에는 분노와 복수심이 있었다. 그런 내가 나주 성지를 알게 되고, 5대 영성을 배우면서 네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받아들이며 내 삶이 변화되었다.”

마음과 육신이 치유되고 삶이 변화되는 곳.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몇천 마일을 비행해야 한들 마다하겠는가. 그것이 나주 성지를 찾게 하는 이유이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영국에서 남편과 함께 10월 17일부터 7일간의 일정으로 처음으로 순례를 온 가브리엘라는 “나주 성지에서의 매일 매순간이 은총으로 가득하다”고 고백했다.


해외순례부부사진.jpg

 

(사진= 나주 성지에서 영국 가브리엘라, 이냐시오 부부 )

 

10월 19일 기념일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순례자들 700여 명이 다음날 새벽까지 철야기도회를 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 10월 20일, 해외 순례자들은 나주 성지에 온 외국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성모님 동산에 모였다. 오후 2시, 출장 뷔페가 도착하여 13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고 바비큐 굽는 냄새가 성모님 동산에 그윽했다.

 

외국인들은 식사 도중에 각자 나라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면서 성모님 동산 잔디밭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언어의 장벽이 무색할 정도로 12개국이 점점 더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만찬사진1.jpg

 

만찬사진2.jpg

 

 

셋째 날, 성모님 경당에서 3대의 버스가 영산강 황포돛배 선착장으로 향했다. 10월의 푸른 하늘과 시원한 강바람은 한층 마음을 더 들뜨게 했다. 왕건호에 승선한 외국인들은 배 안에서도 춤과 노래로 다양한 끼를 선보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점심은 황포돛배 근처 맛집인 대지회관에서 식사하였는데 한정식이 입에 맞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우려와 달리 너무 맛있다며 대부분이 그릇을 깨끗이 비워 놀라웠다. 이들은 한류의 열풍으로 K-FOOD에 관심이 높았으며 특히 불고기를 좋아했다. 말레이시아의 한 친구는 양념게장에 관심을 보이며 조리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저마다 한국음식에 대한 지식을 뽐내며 열띤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신기했다.

 


해외순례자들 황포돛배 승선체험 사진.png

 

나줭모동산 황포돛배 사진.png

 

 

오후의 일정은 한복 체험과 향교, 서성문, 금성관 방문 등 나주의 전통 문화 체험으로 이루어졌다. 한복 체험 신청자는 40명이 넘었는데, 나주에는 이를 조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대여하였다고 한다.

 

처음 한복을 입어 본 이들은 마치 소년 소녀처럼 수줍어하기도 했으며 아이처럼 신난 표정도 보였다.

 

이들은 한복을 입고 자신의 나라의 국기를 들고 나주 향교로 행진을 하였는데 나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색적 모습이었다. 종교행사를 하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처음 온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 체험은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최측에서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활 쏘는 사진.jpg

 

경당앞 기념사진.jpg

 

서성문 앞 사진.jpg

 

서성문 한복 사진.jpg

 

항교체험사진1.jpg

 

항교체험사진2.jpg

 

향교를 방문하여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전통놀이 체험을 했는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전통놀이 체험에도 관심이 높았다.

 

딱지치기, 제기차기, 비사치기, 활쏘기 등 다양한 놀이를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서성문을 방문하고 돌아왔는데, 외국인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서성문 투어 후 중국집 '연경'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해가 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주 성지 해외 순례자들의 여행 스케줄은 나주 순례를 마친 후 서울 등 다른 지역 관광 1-2일을 한 후에 돌아가곤 하였는데, 이번에는 나주에서의 투어 일정 하루를 추가함으로 인해 다른 지역 관광 없이 자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들도 있었고 나주에서의 모든 일정 마친 후 다른 지역으로 관광을 간 외국인들도 있었다.

 

나주 성지에 다녀간 외국인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다녀오고 나면 또 가고 싶어지는 곳, 다녀오고 나면 또 다음 순례는 언제 갈까?” 하며 계획을 미리 세운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의 장벽이 점점 없어지면서 내년에는 과거와 같이 매년 열리는 2번의 큰 기념일에 1500명의 외국인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주최측에서는 최선을 다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나주시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해외 순례자들이 최소 5일은 머물게 되는 나주 성지 주변의 편의 시설과 인프라 조성으로 편리하게 순례할 수 있다면 더욱 많은 국내외 순례자들이 참석함으로써 나주시의 관광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벌써 다음 행사가 기다려진다. 다음 행사에는 더 많은 국내외 순례자들이 나주성지를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코아호텔 앞 사진.jpg

 

* 많은 나주 성지 해외 순례자들이 묵었던 혁신 도시 코어 호텔에서는 나주 성지 방문 외국인들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