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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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방소멸 위기 대응 특효약, “고향사랑기부제”지방소멸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년이 지났다. 모금 실적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난 10일 행정안전부에서는 2023년 1년간 약 52만 5000건의 기부로 650억 2000만원의 기부금을 모금한 고향사랑기부제 성적표를 공개했다. 전남은 143억 3000만원을 모금해 전국 모금액의 22%를 차지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금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도내 시·군의 실적을 보면 담양군이 22억 4000만원 1위, 고흥군이 12억 2000만원 3위, 나주시 10억 600만원 4위, 영광군이 9억 3000만원 6위, 영암군이 8억 4000만원 8위로 전국 순위 10위권 안을 5개 지자체가 차지하면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시행 원년으로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홍보 제약 등 녹록하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전국 1위의 성과를 거둔 것은 전담조직 신설, 다양하고 매력적인 답례품 발굴, 적극적인 홍보, 유관기관과의 상호협력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달 간은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남 지역에 45억원이 모금되는 등 전국적으로 연말에 고향사랑기부가 집중됐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고향사랑기부제를 검색하면 답례품 추천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기부금의 30%를 제공하는 답례품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세액공제와 답례품 제공 등 기부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기부를 실천하는 동력 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가 소멸 위기의 지역에 활력이 되고 국가균형발전의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발적인 기부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사회문제나 지방소멸 위기 상황 속에서 자신의 기부가 그 문제와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부 효과를 기대하며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례로 알 수 있다. 2022년 3월 경상북도 울진군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 5일만에 기부금 4억원이 모였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시작될 당시 하루에 8억원이 모금되기도 했다. 2023년 사랑의 열매에서 발표한 기부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기부 효능감이었다는 기부 트렌드는 이러한 현상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기부금이 무엇에 쓰이는지 어떠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가치가 기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고향사랑 기부가 지역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금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남도와 시·군에서는 고향사랑 기부금으로 고향 마을이 활력을 찾고 지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는 기금사업 추진을 위해 2023년에 기금사업 발굴, 전문가 의견 수렴, 컨설팅 등으로 사전 준비를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자체의 노력들이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연간 기부액 상향, 개별전화·서신·전자적 전송매체를 활용한 모금 허용 등을 포함한 고향사랑기부금법 개정 법률안 20여건이 발의되었고, 그 중 12건의 개정법률안 대안이 지난해 11월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일본의 고향납세제도가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시행 첫해인 2008년 81억엔에서 2021년에 약 100배가 증가한 8302억엔을 모금한 것처럼 현재 계류 중인 고향사랑기부금법이 개정되면 고향사랑기부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가 지방소멸의 위기와 지역의 재정확보를 해결할 특효약임을 다시한번 강조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2024년 내 고향 발전과 상생을 위한 고향사랑기부제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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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주시의 동물복지는 어디에 있나?정부가 23년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이렇게 강화되는 정부의 동물복지에 대해 나주시의 동물보호 현주소는 어떠한가? 나주시의 유기동물 발생 건수가 21년 1,019건이고, 올해도 1천 건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생 건수에 따라 높아져야 할 입양 건수는 안락사 건수보다 적은 실태이다. 나주시의 입양 홍보 및 지원이 없으니 당연한 수치일 것이다. 다른 지자체들은 안락사제도를 시행해 동물복지를 강화하고있는 추세다. 광주광역시 같은 경우에는 유기동물 입양 시 25만 원을 지원하고있다. 지원범위는 질병 진단비, 치료비, 예방접종, 중성화 수술비, 내장형 동물등록비, 미용비, 펫보험 가입비 등이다. 물론 나주시와는 다른 인구, 예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기는 하겠지만, 유기동물에 대한 복지 차원의 지원이 없는 나주시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양평군은 유튜브를 통해 입양 홍보를 진행하고 있고, 포항시는 컨셉사진을 통해 입양을 늘리고 있다. 포항시는 컨셉사진 제도를 도입하기 전인 2019년도에는 유기동물 발생이 1244건, 입양 518건이었으나 컨셉사진을 최초 진행한 20년에는 1750건의 유기동물이 발생했고, 입양은 833건으로 늘어나 효과를 나타내자 22년 현재까지도 유기동물 컨셉사진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자체의 이러한 사소한 관심과 노력만으로도 입양은 늘어나고 있다. 나주시의회 의원들은 ‘예산만 늘리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유기를 막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당연한 이야기아닌가? 현재 동물 유기를 막는 대안은 동물등록제밖에 없다. 하지만 동물등록제의 허점이 다수 보여지고 있는 지금 어떤 방법으로 동물유기를 막아야 할까? 동물 유기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그저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안락사 되고 있는 수 많은 유기동물들이 사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지원과 문화 조성 등이 더욱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나주시 위탁 유기동물보호소가 동물들의 죽음의 대기소가 아닌 새로운 가정으로 돌아가기 위한 정류장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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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빛가람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제안빛가람혁신도시는 여러 조사에서 정주만족도가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최하위 수준으로 밝혀졌다. 최근 국토부 조사에 의하면 빛가람의 인구목표 달성율은 78.4%로 전국 혁신도시 중 최하위다. 부산(105.7%)과 전북(100.7%)은 목표를 진작 달성했고, 울산 (99.5%)과 제주 (98.0%)는 거의 달성했다. 달성률 70%대의 도시는 빛가람과 충북 혁신도시 2개 뿐이다. 세종시는 최근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히고 있다. 복합커뮤니티센터가 가장 큰 요인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에는 동마다 1~2개의 복합커뮤니티 센터가 조성되어 있다. 이미 14개가 가동되고 있고 8개가 건설 예정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도 세종시와 비슷한 형태의 복합혁신센터가 조성되고 있다. 국토부 조사에 의하면 빛가람혁신도시는 사업진척도가 전국 꼴찌다. 전북 완주는 작년 초 완공되었다. 울산, 원주, 충북 (음성·제천), 전주, 제주, 진주, 김천은 금년에 준공했거나 준공예정이다. 빛가람은 내년 3월 착공해 2025년 5월 준공예정이라고 한다. 2003년 개관한 “순천 기적의 도서관”은 민간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운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해서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최근 만들어진 “순천 기적의 놀이터”들은 어린이들의 절대적인 호응과 이용이 뒤따르고 있다. 어린이놀이터가 유명한 관광지가 되다시피 벤치마킹 방문객이 전국에서 쇄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 현상이다. 모두 시설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주민을 적극 참여시킨 결과다. 순천 기적의 놀이터 조성을 위해서 순천시는 놀이터별로 30명의 부모, 30명의 어린이를 모집해 몇 주간에 걸친 디자인스쿨을 운영했다고 한다. 혁신도시와 원도심 (나주읍성권, 송월지구, 영산포지구)을 비교하면 면적은 비슷하고 인구는 혁신도시가 만 명 가량 더 많다. 그러나 혁신도시 공공시설은 학교, 동사무소 등 기본적인 행정시설을 제외하면 주민의 삶의 질 향상 관련 공공시설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원도심의 공공시설도 양호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혁신도시에서는 그마저도 찾아보기 어렵다. (별표 참조) 나주시 인수위 공약으로 채택되었던 “혁신도시 전망대의 주민공공시설 전환계획”은 몇 달도 안 돼 벌써 포기했다고 한다. 그나마 복합혁신센터와 생활SOC복합센터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기획 & 설계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고 형식적이다. 순천시에서 시설의 구상, 설계, 건설, 운영 전 과정에서 주민을 적극 참여하는 시책을 펴는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혁신도시 전망대를 더 이상 주민공공시설로 전환하기 어렵다면 호수공원 내 공원관리사무소 건물이라도 어린이도서관카페 등과 같은 주민친화시설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공원 내에 순천 기적의 놀이터와 같은 주민친화형 어린이놀이터를 몇 개 조성하면 좋겠다. 공원 내에 여름철 물놀이장, 겨울철 어린이스케이트장을 운영하면 좋겠다. 원도심에 있던 겨울철 임시 스케이트장은 이용자가 적어 폐쇄했다고 한다. 주민단체들이 이를 혁신도시에 설치하자고 수년째 제안해왔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이 칼럼은 지난 17일 빛가람문화공간 프롬에서 광주전남혁신도시포럼 등 주민단체들이 공동개최한 “주민과 함께 하는 혁신도시 정주여건개선 실행방안 도출 시민토론회”에서 필자가 제안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토론회 자료집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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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999번 광역버스, 빛가람혁신도시 남⋅북지구 통과 노선개편 필요하다2018년 10월 나주시는 빛가람혁신도시 주민 대다수의 의사와는 달리 광주광역시 백운광장 방향을 연결하는 999번 광역버스의 혁신도시 내 순회 노선을 없애고 빛가람로를 관통하는 노선으로 개편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광주를 오가는 서민의 발, 교통 약자의 이동 수단인 시내버스 노선이 일방적으로 개편되고 말았다. 이후 빛가람동 인구는 1만 명이나 증가했고, 그만큼 편리한 시내버스 이용에 대한 민원과 수요가 증가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나주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주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장거리 노선이 곤란하다고 하나 160번 경우 총 연장 45km로 999번의 39km보다 6km가 더 길다. 버스정류장도 160번 경우 95개로 999번의 59개보다 무려 36개가 더 많다. 빛가람혁신도시에 셔틀버스가 있다고 하나 대부분 30분 간격 배차로 셔틀버스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 광역버스의 경우 노선 직선화 방침으로 우회 노선 설정이 어렵다고 하나 160번 경우 원도심, 광주역 일대, 999-1번 경우 원도심 및 남평읍 일대, 999번 경우에도 원도심에서 뚜렷하게 우회하는 노선이 존재한다. 혁신도시 내 우회로 인해 영산포 및 원도심 주민의 불만과 불편이 있다고 하나 999번 노선과 같지만 혁신도시를 통과하지 않고 국도 1호선을 관통하는 999-1번 노선이 별도로 존재한다. 더구나 999번 자체가 원도심에서는 우회하고 있다. 유독 3만 9천명의 인구 밀집 지역으로 나주시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혁신도시만 유일하게 직선화된 노선을 강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심부에 있는 중흥 1차와 2차 등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남측이나 북측 아파트에 사는 혁신도시 대다수 주민들이 빛가람로에 있는 정류장까지 편도 20~30분 (1,200~1,800m), 왕복 40~60분을 걸어서 버스를 이용하는 실정이다. 이는 통상적인 버스정류장까지 도달 거리(200m)의 6~8배 수준에 이른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노선이다. “버스노선 개편 개악”후 4년이 지나는 현 시점에서 999번 노선의 혁신도시 내 남·북측 거주지역을 통과하는 노선개편과 함께 02번 버스 정류장의 확대 및 요금 단일화, 빛가람동에서 직접 출발하는 160번, 999번의 지선 운행, 혁신도시 순환셔틀버스 운행 체계의 대폭 개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다른 도시가 흔히 그렇듯이 나주시 자체 버스정보시스템(BIS)을 국토교통부 버스정보시스템(TARGO)과 상호 연동시켜 네이버, 다음, 카카오맵, 버스정보 앱을 통해 실시간 버스운행정보의 제공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나주시 버스정류장별 승하차 인원의 공공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해 합리적인 버스노선개편의 자료 활용과 투명한 버스운영체계가 갖추어지도록 해야 한다. (※ 본 칼럼은 혁신도시 주민단체들이 오는 11월 17일 빛가람문화공간 프롬에서 공동 개최하는 “주민과 함께하는 혁신도시 정주여건개선 실행방안 도출 시민토론회”에서 필자가 “999번 시내버스 혁신도시 남측 통과 노선 개편 등 혁신도시 교통서비스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할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토론회 발제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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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나주성지를 찾은 해외 순례자들과의 3일코로나로 인하여 꽁꽁 얼어붙었던 해외여행의 빗장이 하나 둘 씩 열리기 시작하자 나주 성지에서도 순례 문의가 전화, 이메일, SNS에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2022년 10월 19일 성모님 피눈물 흘리신 36주년 기념 기도회가 3년만에 열린다는 소식에 해외에서도 큰 관심이 모아진 것이다. 2019년 10월 19일 400명이 넘는 해외 순례자들이 행사에 참석한 이래로 3년만이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최소 6개월~1년 정도 전에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그런데 나주 성지 해외 순례자들은 짧은 공고에도 불구하고, 12개국에서 100여 명이 기념행사 참가 신청을 했다. 이번 3일간의 기념일 행사에 참가하면서 순례자들은 대부분 최소 5일을 나주에 머물렀고, 행사 후에도 좀 더 머물고자 2주에서 1달간 머물고 있어서, 나주 성지에는 현재도 외국인들이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지난 6월 30일 기념일에 미국에서 한 신부님을 모시고 왔던 엘리사벳은 약 넉달 만에 또다시 미국에 사는 이웃과 함께 다시 나주를 찾았다. 이들을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3일간 이들과 나주에 머무르며 함께 즐기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현재 나주 성지에 한 달간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온 야곱은 말하기를 “싱가포르는 수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자살률도 높다. 경쟁이 치열하고 사람들 사이에 진실한 사랑은 고사하고 미소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나주 성지에서는 율리아 자매님의 삶을 통한 5대 영성 즉, 생활의 기도화, 셈치고, 봉헌의 삶, 아멘, 내 탓의 삶을 배우고, 그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모여있어 기쁨과 사랑과 평화가 있고 생명력이 넘친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 온 이들은 나주 성지에서 세상살이 속에서 아프고 상처 받고 병들었던 영혼과 육신이 회복되고 치유됨을 경험한다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온 로렌스는 “내가 나주 성지를 몰랐다면 나는 하루에도 여러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나의 일은 항공사에서 1등석 손님들을 대접하는 일이었는데, 그들의 교만함과 불평불만, 탐욕스러움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을 죽이고 싶었다. 항상 내 마음 속에는 분노와 복수심이 있었다. 그런 내가 나주 성지를 알게 되고, 5대 영성을 배우면서 네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받아들이며 내 삶이 변화되었다.” 마음과 육신이 치유되고 삶이 변화되는 곳.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몇천 마일을 비행해야 한들 마다하겠는가. 그것이 나주 성지를 찾게 하는 이유이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영국에서 남편과 함께 10월 17일부터 7일간의 일정으로 처음으로 순례를 온 가브리엘라는 “나주 성지에서의 매일 매순간이 은총으로 가득하다”고 고백했다. (사진= 나주 성지에서 영국 가브리엘라, 이냐시오 부부 ) 10월 19일 기념일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순례자들 700여 명이 다음날 새벽까지 철야기도회를 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 10월 20일, 해외 순례자들은 나주 성지에 온 외국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성모님 동산에 모였다. 오후 2시, 출장 뷔페가 도착하여 13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고 바비큐 굽는 냄새가 성모님 동산에 그윽했다. 외국인들은 식사 도중에 각자 나라의 노래와 춤을 선보이면서 성모님 동산 잔디밭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언어의 장벽이 무색할 정도로 12개국이 점점 더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셋째 날, 성모님 경당에서 3대의 버스가 영산강 황포돛배 선착장으로 향했다. 10월의 푸른 하늘과 시원한 강바람은 한층 마음을 더 들뜨게 했다. 왕건호에 승선한 외국인들은 배 안에서도 춤과 노래로 다양한 끼를 선보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점심은 황포돛배 근처 맛집인 대지회관에서 식사하였는데 한정식이 입에 맞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우려와 달리 너무 맛있다며 대부분이 그릇을 깨끗이 비워 놀라웠다. 이들은 한류의 열풍으로 K-FOOD에 관심이 높았으며 특히 불고기를 좋아했다. 말레이시아의 한 친구는 양념게장에 관심을 보이며 조리법을 물어보기도 했다. 저마다 한국음식에 대한 지식을 뽐내며 열띤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신기했다. 오후의 일정은 한복 체험과 향교, 서성문, 금성관 방문 등 나주의 전통 문화 체험으로 이루어졌다. 한복 체험 신청자는 40명이 넘었는데, 나주에는 이를 조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복을 대여하였다고 한다. 처음 한복을 입어 본 이들은 마치 소년 소녀처럼 수줍어하기도 했으며 아이처럼 신난 표정도 보였다. 이들은 한복을 입고 자신의 나라의 국기를 들고 나주 향교로 행진을 하였는데 나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이색적 모습이었다. 종교행사를 하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처음 온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 체험은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최측에서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향교를 방문하여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전통놀이 체험을 했는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전통놀이 체험에도 관심이 높았다. 딱지치기, 제기차기, 비사치기, 활쏘기 등 다양한 놀이를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서성문을 방문하고 돌아왔는데, 외국인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서성문 투어 후 중국집 '연경'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해가 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주 성지 해외 순례자들의 여행 스케줄은 나주 순례를 마친 후 서울 등 다른 지역 관광 1-2일을 한 후에 돌아가곤 하였는데, 이번에는 나주에서의 투어 일정 하루를 추가함으로 인해 다른 지역 관광 없이 자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들도 있었고 나주에서의 모든 일정 마친 후 다른 지역으로 관광을 간 외국인들도 있었다. 나주 성지에 다녀간 외국인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다녀오고 나면 또 가고 싶어지는 곳, 다녀오고 나면 또 다음 순례는 언제 갈까?” 하며 계획을 미리 세운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의 장벽이 점점 없어지면서 내년에는 과거와 같이 매년 열리는 2번의 큰 기념일에 1500명의 외국인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주최측에서는 최선을 다해 홍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나주시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 등을 기획하고 해외 순례자들이 최소 5일은 머물게 되는 나주 성지 주변의 편의 시설과 인프라 조성으로 편리하게 순례할 수 있다면 더욱 많은 국내외 순례자들이 참석함으로써 나주시의 관광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벌써 다음 행사가 기다려진다. 다음 행사에는 더 많은 국내외 순례자들이 나주성지를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 많은 나주 성지 해외 순례자들이 묵었던 혁신 도시 코어 호텔에서는 나주 성지 방문 외국인들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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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여⋅순 민중항쟁기간’을 지키자.▲ 여순민중항쟁 73돌 추모제 모습 미 군정의 지도하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창기에 이승만 측과 박헌영 남로당의 양쪽 진영으로 나뉘이는 상황에서 미제국주의는 미군정의 수하에 둘 인물인 이승만 정부를 암암리에 지원해주면서 단독정부를 1948년 4월 3일 수립하게 한다. ‘제주도를 초토화하고 제주도민 30만을 모두 죽여도 좋다’는 명령을 내린다. 제주도를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미 제국주의의 음모가 있었다. 제주도민이 큰 방해거리여서 제주도를 완전 초토화하도록 명했고, 이에 제도주도민은 희생양이 된다.(제주4⋅3항쟁) 1948년 8월 15일에 남한의 단독정부가 탄생하고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이 된다. 같은 해 9월 9일 북쪽에서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수립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해안선 5키로 이상 지역을 적정구역으로 간주하고, 그곳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을 사살하라.”는 제주 초토화 포고령이 내려진다. 이에 ‘제주도민을 학살할 수 없다. 동포의 학살을 거부한다’고 봉기하며 여수에 주둔한 국방경비대 14연대와 주민들이 거룩한 항쟁에 나서게 된다. 1948년 10월 15일 제14연대 1개 대대에게 “10월 19일 22시에 제주도민을 토벌하라”는 출동 명령이 내려진다. 이에 일부 병사들은 “양심적으로 도저히 동포를 학살할 수 없다”며 ‘출동거부병사위원회’를 조직하고 ‘애국인민에게 호소하는 호소문’을 ‘여수 인민위원회 궐기 대회’ 때 낭독한다. 봉기군들은 여수 시민 항쟁단 ‘여수군 인민위원회’와 함께 항쟁에 나선다. 신월리에서 시작된 봉기군의 항쟁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10월 20일 6시경에 여수 시내를 완전 장악한다. 아침 통근열차를 나눠 탄다. 2,000여명이 순천으로 두 팀으로 나눠서 09시 30분, 10시 30분경에 순천역에 도착하고 광양삼거리(조곡삼거리, 역전삼거리)와 동천제방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첫 전투를 벌인다. 이 전투에서는 진압토벌대들이 참패하고 수많은 경찰들의 희생자가 나온다. (경찰관 330여명 사망, 부상 150여명 등 총피해자:900여명) 10월 20일 오후 3시경에 순천도 완전히 봉기군에 의해 장악된다. “모든 지도자는 물론 남녀 아동까지도 일일이 조사해서 모두 제거하라.”는 담화문을 10월 21일 발표한다. 그후 토벌 전투사령부가 광주에 설치되고 7개연대 총 10개 대대병력이 대 토벌작전을 감행된다. 10월 21일 학구전토에서 토벌군에 의해 패배한 봉기군은 투항하거나 지리산, 백운단 일대로 입산해 빨치산이 된다. 10월 22일 현지 사령관 제 5여단 명의로 “여수-순천에 ‘반도’를 숨겨 두거나 연락만 해도 사형에 처한다”는 비극의 ‘계엄령’을 선포된다 (반군토벌 사령관 송호성) 10월 22일 여수에서는 제 5연대 해군 박격포가 설치되고, 1차 여수 상륙작전이 시도된다. 이때 봉기군들은 ‘허수아비 작전’으로 방어한다. 여순사건을 ‘국군 제 14연대 반란’으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을 만들다. 10월 23일 순천은 토벌군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다. 한편 여수에서는 잉구전투(미평전투)에서 봉기군이 지역민들과 합세해 승리한다. 10월 24일 여수,순천 지역에 부역자 색출이 시작되여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게 된다. (순천 농업학교(현 순천대학교) 에서 박찬길 검사 외 21명 즉결처형) 10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 13호 여수 순천에 계엄령이 선포된다. (계엄법은 1949년에 정식 제정됨. 민간인 처형은 위헌 위법의 소지가 있다. 는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엄령을 선포한다.) 여수 순천지역에 대대적인 대 토벌작전이 시작된다. 10월 26일 토벌군과 시민군 사이에 5차례 치열한 교전이 발생한다. (여수전역) 10월 27일 토벌군은(육-해-공군 한-미 합동 작전에 함포를 앞세운 여수점령: 미군 개입 )봉기군의 항쟁을 일단락시켜 버린다. 주한 미 육군사령부(이하: 임시군사고문단 1948년 8월 24일 조직. 1948년 –1953년까지 활동 )와 이승만 정부의 빨치산 소탕작전이 이어진다.-주한 미군사고문단 부관부 문서- 여수 ,순천지역에서는 부역자 색출로 수많은 민간인 학살이 이뤄지고, 여수는 이 과정에서 온 시내가 불바다가 되며 초토화가 되고 만다. 이러한 무자비한 진압과정에서 군인-경찰뿐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 대학살이 자행되여 무고한 민간인들 수 만명이 죽게 된다. 정권을 잡기 위해 반란사건이라고 규정한 자들인 이승만 정권과 그 하수인들, 미국이 국가폭력의 1차 직접 가해자, 책임자요. 여순항쟁의 2차 책임자는 비양심적으로 양민학살에 가담한 자들이요, 토벌군인을 파견한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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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섬에서 단순하게 살아 보기 3바람 비우고 또 비워 형체조차 비워내어 비로소 자유가 된 저 바람. 바람 소리에 잠이 깼다.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와 문이 덜커덩거리고 마당에서는 물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다녔다. 파도는 더욱 크게 으르렁댔으며 나무들은 허리가 휘는 고통을 참아내느라 신음했다. 잠이 깬 김에 밖으로 나가 보았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바람은 자신의 길을 따라 어디론가 가고 있다. 목적 없는 행군이 아니라 ‘자유’라는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더욱 단순하게 살아 보기 위해 이 섬에 들어온 것도 결국 ‘더 큰 자유’를 위해서다. 가로등 불빛 속에 대나무들이 바람결 따라 일렁인다. 그 모습이 꼭 춤을 추는 것 같다. 대나무뿐만이 아니다. 동백나무도 누리장나무도 키 큰 삼나무도 다 춤판에 동참하고 있다.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무도회장이 되었다. 희미한 조명 아래 갖가지 무희들이 바람의 신호에 따라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춤을 추었다. 때로는 강하게 또 여리게, 앉았다가 일어서기도 하며 춤에 열중했다. 이 순간만은 춤 이외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무에게는 춤이, 자신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성스러운 의식이나 다름없다. 바람의 강요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순응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환희를 획득하였고 꺾이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도 되었다. 바람은 스스로는 소리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다른 것들이 숨겨 두었던 소리를 깨울 수 있도록 내면을 자극한다. 바람이 스치며 겨드랑이를 간질이면 소리가 깨어난다. 대나무는 대나무의 소리를 내고, 삼나무는 삼나무의 소리를 내며, 전깃줄은 전깃줄의 소리를 낸다.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지만 결국 바람소리 하나로 통일된다. 방으로 들어와서도 귀는 여전히 바람을 향해 열어 두었다. 맨몸으로 바람 속에 던져져 있지 않고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이 너무나 고맙다. 따끈한 방 안에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행운처럼 여겨진다. 이런 안락함은 선택받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때쯤 되면 아련한 추억 속으로 가슴 설레는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거의가 아파트나 양옥이라 그럴 일이 없겠지만 창호 문을 사용하던 그때는 날이 추워지면 어느 집이나 문을 새로 발랐다. 추위와 조우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어머니는 해마다 가을이 다 가기 전, 햇살 따스한 날을 골라 고운 풀을 쑤어 문을 발랐다. 먼저, 돌쩌귀에서 문을 떼 내어 물을 축여 헌 종이를 제거한다. 문살 칸칸이 쌓인 먼지를 말끔히 닦아내고 문의 크기에 맞춰 재단한 한지를 붙인다. 문고리 부분은 손을 많이 타서 찢어지기 쉬우므로 작은 종이를 덧대어 붙인다. 멋을 내기 위해, 안에 국화꽃이나 은행잎 단풍잎 따위를 넣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모서리에 문풍지를 단다. 그걸 달아야 바람길이 막혀 겨울을 더 따뜻하게 날 수 있다. 마를 때 쭈글쭈글해지지 않고 반듯하게 펴지라고 입 안에 한가득 물을 품고 문 위에 뿜어 댄다. 그런 다음 햇볕 좋은 장독대에 비스듬히 세워 말린다. 이때 여지없이 고추잠자리 몇 마리가 날아와서 날개를 접고 앉아 쉬었다 가곤 했다. 겨울밤, 바람이 불면 문풍지가 삐일삐일 소리 내어 울었다. 바람의 강약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지만 그것이 오히려 리듬을 만들어내어 시끄럽지 않고 정겹게 느껴졌다.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것도 커다란 기쁨이다. 그래서 긴 겨울밤이 무료하지 않고 오히려 설레게 된다. 우리 마을 앞에 기찻길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기차의 불빛이 문에 비치면, 문은 그대로 화면이 되었다. 화면 위에 집과 나무와 전봇대가 차례로 나타나며 신비한 영상을 만들어 낼 때 문풍지는 멋진 연사 역할을 해 내었다. 자신만의 화법으로 막 상영되고 있는 영화의 내용을 충실히 설명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없는 그때는 한곳에 머물러 노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살랑살랑 실바람을 잡아타고서’ 산으로 들로 싸돌아다니다 보면 하루해가 짧았다. 빨랫줄의 휘날리는 빨래, 게양대 위의 펄럭이는 국기, 고개를 숙이고 일렁거리는 강아지풀, 파르르 떨리는 잠자리의 날개, 황금 들판에 건들거리며 서 있는 허수아비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와, 소유의 번거로움에서 완전하게 벗어난 바람이 나를 유혹한다. 오늘도 바람은 욕심을 비우고 자유롭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해 온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의 돈과 명예와 권력은 물거품처럼 부질없다는 가르침이다. 바람이 이 한밤중에 나를 찾아온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잊어버릴라치면 바람은 다시 자신의 숨결에 이런 메시지를 실어 우매한 사람들의 혼을 일깨울 것이다. 대부분이 그 말을 무시하고 ‘더 높이, 더 멀리, 더 많이’를 외치며 무섭게 질주할 것이다. 목적을 이루든 그렇지 못하든 모두들 떠날 때에는 똑같이 이 세상에서의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다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 이 글은 홍기 동화 작가가 펴낸 ‘섬에서 단순하게 살아 보기’ (도서출판 그루 펴냄)에 실린 내용이다. 홍기 작가는 교사로 재직하다가 정년 3년을 앞두고 명예퇴직하여 남해의 작은 섬 두미도에서 단순하고 검소하게 사는 실험을 바탕으로 이 책으로 만들었다. 그는 ‘가리산의 눈먼 벌치기’ 등 여러편의 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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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나주 시내버스에서 생긴 일며칠 전 토요일 아침, 딸이 사는 나주혁신도시에서 신광리 한옥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주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데 창밖을 보니, 잘 걷지도 못하시는 할아버지가 버스를 향해서 지팡이를 계속 흔들면서 세워 달라 하고 계셨다. 나는 기사님께 "할아버지께서 타시려나 봐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겨우 버스를 세웠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터미널 건물 안쪽에 있던 할머니에게 오라고 크게 고함을 치시는데도 할머니는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계시니 주변 사람들이 고함을 치니까 그제야 할머니가 건물 밖으로 겨우 천천히 나오셨다. 그러나 다시 버스가 출발하려 해서 나는 얼른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축해서 버스에 타시도록 도와드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비 계산하는데 한참이 걸린다. 차비 계산하시는 것을 도와드리고 앞자리를 둘러보니 빈자리가 없었다. 차가 달리자 할아버지께서 넘어지려고 하셔서 바로 첫 자리에 앉으신 아주머니께 "미안합니다. 자리 좀 양보해 주셔요."라고 부탁드리니 그 아주머니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별일 다 봤네. 지가 뭔데 일어나라 마라야?" 하면서 뒤쪽으로 갔다. 할아버지를 앉게 해드리고 할머니께는 차비 잔돈 받아서 갖다 드린 후 아주머니에게 다시 가서 "죄송해요. 할아버지가 넘어지시려고 해서 부탁드렸어요. 이 차가 떠나면 다음 차는 저녁이 되어야 오잖아요, 죄송해요."하고 사과를 드렸는데 "너무 친절한 것도 오버 아니야?" 하며 고함을 꽥 질렀다. 그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 도와드린다는 생각만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안의 승객들도 모두 긴장해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아주머니의 마음이 풀어지길 기도하며 "죄송해요. 마음 푸세요."하고 정중히 말씀드리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창밖만 보고 계셨다.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늘 손에 들고 다니던 묵주를 돌리며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아주머니를 기분 상하게 하고 기사님과 승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제 탓입니다. 제 마음은 지금 슬프고 부끄럽지만, 이 마음을 봉헌하오니 아주머니의 마음을 풀어주시고 이 차에 탄 사람 모두와 그 가족들까지 모두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도록 은총 내려주세요.' 이렇게 흐르는 눈물을 몰래 훔치며 묵주기도를 하면서 신광리 마을로 돌아오는 동안 내 마음은 다시 기쁨으로 가득 찼고, 오히려 그 모든 순간이 감사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나를 무안하게 했던 그 아주머니에게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날 수도 있었고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받아들이니 기분 나쁠 일도 다툴 일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크게 깨달은 하루였다. 세상 모든 메마른 사람들의 마음 안에 사랑의 단비가 내려 사랑과 기쁨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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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섬에서 단순하게 살아 보기' 2동백나무 모진 바람 온몸으로 받아내며 오직 침묵으로 버텨 온 세월, 이제는 성찰의 기간도 지났으니 드러내고 웃을 만도 한데 미소조차 안으로 감추고 있구나. 단순하게 사는데 가장 방해되는 것이 지나치게 많은 일이다. 일을 줄이지 않으면 절대 단순해질 수 없다. 사람과 엮인 한 가지 일은 또 다른 일을 불러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자꾸만 복잡하게 만든다. 일을 줄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가능한 한 자주 자연의 맨얼굴을 대하는 것이다. 자연 속에 자연과 함께 머물러 있으면 하고자 하는 일들의 중요성이 조금씩 퇴화한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일이 가치의 영역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 섬에서 기꺼이 자연의 관찰자가 되기로 하여 처음으로 관찰한 것이 동백나무다. 동백나무와 함께 동백나무 길을 걷다가 동백나무 앞에 서 본다. 눈을 살며시 뜨고 숨을 고르고 편안한 마음으로 동백나무에 눈길을 준다. 동백나무는 생김새가 야무져, 보고 있으면 근육 덩어리가 연상된다. 모진 바닷바람을 맞고 인고의 세월을 거치며 단련하였으니 그만한 근육이 생길 만도 하다. 지난 태풍에 소금기 머금은 바닷물을 뒤집어쓰고 유자나무는 많이 죽었는데 동백나무는 근육 덕분에 하나도 죽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근육은 고통의 결과물이다. 뼈를 깎는 단련이 없다면 근육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한번 생긴 근육은 힘으로 비축되어 어려움을 이겨낼 바탕이 되어 줄 테니 고통이라고 무작정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어차피 겪어 내어야 할 고통이라면 차라리 반기는 편이 현명하다. 반기면 그만큼 더 가볍게 여겨질 것이 뻔하다. 동백꽃은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피기 시작한다. 시련이 다가오면 대부분 풀이 죽어 위축되거나 소극적이 되어 잔뜩 움츠리고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기 마련이다. 다른 꽃들이 겨울을 피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동백나무는 이를 거부하고 시련의 중심부에 당당하고 꼿꼿이 서서 에너지의 결정체인 꽃을 피워낸다. 동백꽃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다. 노란 꽃술을 둘러싼 속잎이 더 붉은 것은 열정을 안으로 숨긴 자취다. 꽃송이가 한결같이 아래쪽을 향하고 있는 모습은 부끄러워 고개를 살포시 숙이고 미소 짓는 새색시를 닮았다. 이런 순박함이 더 마음을 끈다. 아름다움조차 안으로 숨기고 있는 모습이 침묵과 인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 얼마만 한 눈보라와 비바람을 견뎌내었던가. 타는 갈증과 따가운 햇살은 또 어떠하였던가. 이 모든 것을 당연한 것처럼 꿋꿋한 자세로 묵묵히 참아내었다. 한마디 불평 없이 오직 침묵으로 인내하였으니 그 보상으로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이런 아름다운 꽃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침묵과 인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여 있다. 침묵하지 않으면 그건 이미 인내가 아니다. 많은 선지자들도 침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수행의 전제로 삼았다. 친정 부모가 출가하는 딸에게 벙어리 삼 년을 주문한 걸 보면 우리 조상들도 침묵의 중요성을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던 모양이다. 침묵은 힘 있는 이야기를 대신하는 묵음이다. 인내는 그 자체로 큰 가치가 있다. 인내함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고 인내함으로 더 큰 것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인내한 사람은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순간적인 충동을 참지 못하여 비참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인내는 미래를 위한 보험이다. 꿋꿋이 참아내면 언젠가는 그래도 그때가 참 좋았다고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그 또한 지나갈 것이니 따지고 보면 마음에 둘 이유도 없다. 지금의 대단한 일이 뒷날에는 반드시 과거의 보잘것없는 일이 된다. 심적인 어려움도 인내하여 맞서서 이겨내면 마음의 내면에 동백나무처럼 근육이 생겨날 것이다. 나무 아래 이리저리 떨어져 흩어져 있는 꽃송이가 눈에 들어온다. 이상하게도 시들지 않았다. 꽃이 절정일 때 떨어진 것이다. 나무에 달린 채로 시들지 않겠다는 꼿꼿한 기상이 대견하다. 내려놓을 때는 망설이지 않고 내려놓아야 함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사람들도 생의 마지막이 가까워 오면, 조금 아쉬운 맘이 들 때 건강을 유지한 채 잠자듯이 갔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는데 동백꽃은 그런 면에서도 본보기를 보인다. 동백나무를 보고 배웠다. ▲ 이 글은 홍기 동화 작가가 펴낸 ‘섬에서 단순하게 살아 보기’ (도서출판 그루 펴냄)에 실린 내용이다. 홍기 작가는 교사로 재직하다가 정년 3년을 앞두고 명예퇴직하여 남해의 작은 섬 두미도에서 단순하고 검소하게 사는 실험을 바탕으로 이 책으로 만들었다. 그는 ‘가리산의 눈먼 벌치기’ 등 여러편의 작품을 발표한 바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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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별밤지기북 하나 둘러매고 마을 당산에 나선다. 애달픈 농군님 홀로 학림마을 유난히 비춰준다. 슬프다 못해 애절한 장송곡 한 곡조. 애닯게 상여매고 선소리꾼하나 없고, 대매꾼도 없다. 명천 한 낮에 나홀로 슬픈 장단 한가락 읊조린다. 저절로 나오는 굿장단 서럽다 못해 한 맺힌 세상사 실타래 풀어본다. 언덕 위 컨테이너 오두막만 홀로 장단 맞춘다. 북 장단 아무도 없는 빈 마을에 방망이질만 울려대고, 금강석 담금질하듯 학림마을 저녁노을 낮달로 불타온다. 왜 갔을꼬? 어이하여 홀로 훌쩍 떠났을꼬? 코스모스 길 따라 신나게 달려오는 손주녀석 봉숭아 꽃물처럼 어여쁜 손녀딸 안겨 와도, 마중나갈 수 있나? 어서 와, 어서와 문 열렸다. 가물게 들려온다. 당산굿 신나게 치대며 들어오는 소리 문 여소 문 여소 문 안 열면 갈라요. 이제는 아무도 마중나갈 사람 없어진지 오래. 울 아부지, 할아버지 달나라에 마중 나갔나?은하수 물 따라 별나라에 나들이 가셨나? 별 씨앗되어 길가 코스모스로 능청떨며 웃는다.